연구 이야기글 최정아 대표 · 2025년 6월 4일
숙제를 시작하지 않는 아이에게 “지금 해”라고 말하고, 게임을 멈추지 않는 아이에게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러고 나면 마음 한쪽이 불편합니다. ‘내가 너무 몰아붙이나.’ 그렇다고 손을 놓으면 아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많은 부모님이 이 사이에서 매일 흔들립니다.
그렇다면 아이를 잘 키우려면 부모가 더 많이 통제해야 할까요? 연구는 ‘많이’ 혹은 ‘적게’가 아니라, 무엇을 주느냐를 먼저 묻습니다.
통제와 구조는 다릅니다
발달심리학자 그롤닉과 포메란츠는 그동안 ‘통제’ 하나로 묶여 있던 부모 행동을 둘로 나누자고 제안했습니다(Grolnick & Pomerantz, 2009). 하나는 압박하고 끼어들고 대신 결정하는 ‘통제’입니다. 다른 하나는 분명하고 일관된 규칙과 예측할 수 있는 결과로 아이의 하루를 정리해 주는 ‘구조’입니다. 통제는 아이의 자율성을 누르고, 구조는 아이가 ‘나도 할 수 있다’고 느끼도록 받쳐 줍니다.
아이에게 구조는 꼭 필요합니다. 특히 스스로 조절하는 힘이 아직 약한 아이에게 “네가 알아서 해”라는 말은 자율성을 주는 것이 아니라, 너무 어려운 과제를 혼자 맡기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주의력이 약한 아이의 부모님이 가장 지치는 지점도 여기입니다. 알아서 하라고 두면 하지 않고, 하나하나 시키면 싸움이 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더 센 목소리가 아니라 미리 정해 둔 틀입니다. 언제, 어디서, 무엇부터 할지가 정해져 있으면 부모님은 잔소리 대신 “시간 됐다”는 한마디면 됩니다. 싸움의 상대가 부모에서 약속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자율성을 존중하면 마음이 자랍니다
부모의 자율성 지지를 다룬 연구 36편을 모은 메타분석이 있습니다. 자율성 지지는 아이의 심리적 건강(r = .38), 스스로 원해서 공부하는 마음(r = .30), 유능감(r = .27)과 뚜렷하게 이어져 있었습니다. 성적과의 연결은 r = .12로 작았습니다(Vasquez 외, 2016).
이 숫자가 말해 주는 것이 있습니다. 아이에게 선택을 맡기는 일은 당장 점수를 올리는 기술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를 믿고 움직이게 하는 힘을 기르는 일입니다. 공부를 오래 이어 가게 하는 것은 결국 그 힘입니다.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것이 아이를 내버려 둔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이의 마음을 먼저 물어봐 주고,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하고,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고르게 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하기 싫어”라고 할 때 그 마음을 먼저 받아 주는 것만으로도 다음 한 걸음이 훨씬 가벼워집니다.
집에서 해 볼 수 있는 것
규칙은 싸우기 전에, 조용할 때 함께 정하세요. 이유도 한 문장으로 말해 주세요. 그리고 그 안에서 고를 수 있는 것을 두 가지만 주세요.
“숙제해” 대신 “숙제는 7시에 시작하기로 했지. 국어부터 할지 수학부터 할지는 네가 정해.”
이 한마디는 아이에게 두 가지를 함께 전합니다. 해야 할 일에는 분명한 기준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너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해야 할 일이 많은 날에는 순서를 작게 나눠 종이에 적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구조가 됩니다.
규칙은 적을수록 지키기 쉽습니다. 세 가지를 넘기지 마세요. 그리고 지킨 날은 그냥 넘기지 말고 알아봐 주세요. 규칙이 벌을 주는 도구가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해냈다는 경험을 쌓는 발판이 되도록 말입니다.
아이에게 자율성을 준다는 것은 경계를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안전한 경계 안에서 선택하는 연습을 충분히 해 보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얼마나 통제할 것인가’보다 이 질문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지금 이 아이가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이고, 어느 부분에는 아직 어른의 구조가 필요한가?”
부모가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는 아이의 나이와 기질, 지금의 자기조절 능력에 따라 다릅니다. 정답이 하나가 아니어서 부모님이 더 헷갈리십니다. 그래서 저희는 검사와 수업에서 본 아이의 모습을 바탕으로, 그 집 그 아이에게 맞는 틀을 부모님과 함께 찾습니다.
아이의 자립은 어느 날 갑자기 오지 않습니다. 부모가 잡고 있던 손을 조금씩 놓아 주는 과정에서 만들어집니다. 그 손을 언제, 얼마나 놓을지 고민하는 시간에 저희도 곁에 있겠습니다.
참고한 연구
- Grolnick, W. S., & Pomerantz, E. M. (2009). Issues and challenges in studying parental control: Toward a new conceptualization. Child Development Perspectives, 3(3), 165–170. https://doi.org/10.1111/j.1750-8606.2009.00099.x
- Vasquez, A. C., Patall, E. A., Fong, C. J., Corrigan, A. S., & Pine, L. (2016). Parent autonomy support, academic achievement, and psychosocial functioning: A meta-analysis of research. Educational Psychology Review, 28(3), 605–644. https://doi.org/10.1007/s10648-015-9329-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