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이야기글 최정아 대표 · 2025년 11월 19일
책상 앞에 앉은 지 10분도 되지 않았는데 몸이 움직입니다. 창밖을 보고, 연필을 만지고, 갑자기 다른 이야기를 꺼냅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님은 속이 탑니다.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을 텐데.”
그런데 그 시간, 아이도 힘들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집중력은 마음먹는 것만으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집중력은 한 가지 힘이 아닙니다
발달신경과학자 다이아몬드는 집중에 필요한 힘을 ‘실행기능’으로 묶고, 그 핵심을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방해를 누르고 필요한 것에 주의를 두는 힘,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 붙들어 두는 힘, 상황에 맞게 생각을 바꾸는 힘입니다. 그리고 스트레스, 수면 부족, 외로움, 운동 부족이 이 힘을 떨어뜨린다고 적었습니다(Diamond, 2013). 집중은 의지만이 아니라 뇌의 상태와 하루의 생활을 함께 반영합니다.
과제가 무거우면 주의가 먼저 흔들립니다
작업기억에 걸리는 부담을 조금씩 늘리며 아이들의 행동을 관찰한 연구가 있습니다. 머릿속에서 다뤄야 할 것이 많아질수록 아이들은 과제에서 눈을 떼는 일이 늘었습니다. 기억해야 할 양이 용량을 넘으면 어느 아이든 흐트러졌지만, ADHD 아이들은 더 가벼운 부담에서 먼저 흐트러졌습니다(Kofler 외, 2010).
아이가 딴짓을 시작하는 순간은, 과제가 아이의 용량을 넘어선 순간일 수 있습니다. 같은 30분의 숙제도 아이마다 무게가 다릅니다. 읽기 자체가 힘들거나 처리가 느린 아이에게는 한 문제를 푸는 데 드는 힘이 훨씬 큽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잘하다가 시간이 지나며 급격히 흐트러집니다.
그 순간 아이가 듣는 말은 대개 “또 딴짓이야?”입니다. 아이는 힘이 바닥났는데, 노력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이는 책상 앞에 앉는 것 자체를 피하게 됩니다.
물론 모든 집중의 어려움이 같은 이유에서 오지는 않습니다. 불안, 기분, 과제의 난이도, 환경도 함께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저희는 검사로 아이의 주의력과 작업기억, 처리속도를 따로따로 살펴본 뒤에 방향을 정합니다.
잠 한 시간이 만드는 차이
초등학교 4·6학년 77명의 잠을 사흘 동안 한 시간씩 늘리거나 줄여 본 실험이 있습니다. 실제로 30여 분 더 잔 아이들은 기억과 반응 속도가 좋아졌습니다. 잠을 줄였거나 그대로였던 아이들은 반응이 느려졌습니다. 두 집단의 차이는 두 학년의 나이 차이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컸습니다(Sadeh 외, 2003).
사흘, 그리고 30여 분이었습니다. 그만큼의 잠이 아이의 집중을 두 학년만큼 바꿀 수 있다면,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숙제와 학원 일정은 한 번쯤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부 시간을 늘리려다 오히려 공부할 힘을 줄이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해 볼 수 있는 것
일주일만 ‘언제 무너지는지’를 적어 보세요. 몇 분쯤 지나서인지, 어떤 과목에서인지, 듣는 과제인지 보는 과제인지, 전날 몇 시에 잤는지. 무너지는 지점을 알면 그 앞에서 과제를 끊고 쉬게 할 수 있습니다. 숙제는 10~15분 단위로 나누고, 끝낸 칸에 표시하게 해 주세요. 그리고 잠은 공부보다 먼저 챙겨 주세요.
끝나고 나면 “오늘은 세 칸까지 버텼네” 하고 아이와 함께 확인해 보세요. 아이가 자기 집중의 모양을 알게 되면, 쉬어야 할 때를 스스로 말하기 시작합니다. 스스로 쉬고 다시 돌아오는 힘, 그것이 저희가 아이에게 길러 주고 싶은 진짜 집중력입니다.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를 볼 때 우리는 태도부터 평가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아이의 뇌는 이미 온 힘을 다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왜 집중하지 않니?”라는 말 대신 이렇게 물어 주세요.
“집중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일까?”
‘산만한 아이’라는 말 뒤에는 누구보다 애쓰고 있는 아이가 가려져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 노력을 먼저 알아봐 주는 어른이 한 명만 있어도 아이는 다시 책상 앞에 앉습니다. 그 질문을 부모님과 함께 끝까지 붙들고 가는 것이 저희가 하는 일입니다.
참고한 연구
- Diamond, A. (2013). Executive functions. Annual Review of Psychology, 64, 135–168. https://doi.org/10.1146/annurev-psych-113011-143750
- Kofler, M. J., Rapport, M. D., Bolden, J., Sarver, D. E., & Raiker, J. S. (2010). ADHD and working memory: The impact of central executive deficits and exceeding storage/rehearsal capacity on observed inattentive behavior. Journal of Abnormal Child Psychology, 38(2), 149–161. https://doi.org/10.1007/s10802-009-9357-6
- Sadeh, A., Gruber, R., & Raviv, A. (2003). The effects of sleep restriction and extension on school-age children: What a difference an hour makes. Child Development, 74(2), 444–455. https://doi.org/10.1111/1467-8624.7402008